비 내리는 꽃길
길이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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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한 뼘씩 몸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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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이 서서
비를 맞아야 하는 꽃보다는
그래도 걸음을 떼는 내가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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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내딛는 발걸음 끝에
빗방울은 이리저리 튀어
애먼 꽃에 날벼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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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이라면
욕이라도 한 사발 퍼부었을 텐데
꽃은 그저 묵묵히 물벼락을 참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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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서서 묵묵히 자라는 꽃은
뿌리를 내린 제 자신이 얼마나 답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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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두 다리로
내딛는 대로 걸으면 그만인 것을
한참 동안이나 고민을 해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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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비에 젖어들어가는 날
비에 젖은 길을 한 뼘씩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