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개가 짖는다

by 권씀

컹컹
개가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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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복날을 무사히 넘겨서인가
녀석의 짖는 소리는 동네 어귀에서부터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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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통 짖질 못해 낑낑거리던 녀석이 애법 잘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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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녀석은 짖는 것을 지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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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끈질기기도 하지
참 진득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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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불을 퉁기는 손을 보고도 짖고
덜 자란 티가 난다며 내미는 손을 보고도 짖고
이리 저리 가릴 것 없이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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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컹컹 짖는 것은 가릴 것 없는 반가움인가
아니면 짐짓 대담해 보이려는 어설픈 사나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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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고 짖다보면 목이 쉴 만도 하련만 쌩쌩하다
제 풀에 지치기만을 기다리다 지친
개주인이 싸리비를 들고서 녀석의 궁둥이를 두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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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 깨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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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짖던 녀석이 찢어지는 비명으로 도망갈 구석을 찾는다
녀석은 그제서야 앓는 소리로 구석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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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궁둥이를 두들긴 싸리비는 나동그라져 있고
개는 싸리비를 보며 으르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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