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풍 배우는데 얼마나 드나요?
상환은 친절하고 정직한 순경이다. 다소 어리바리한 성격에 힘도 약하지만 정의감만은 넘치는 순경이다. 고지식하리만큼 말이다. 힘도 딸리는 건 덤이라 범죄자를 만나도 금방 숨이 차 쫓아가지 못하고 깡패들을 만나면 호기 있게 나서지만 항상 줘 터지고야 만다. 그랬던 상환은 어느 날 오토바이 소매치기를 발견하고 소매치기를 쫓다가 의진의 장풍을 상환이 맞게 기절하게 된다. 깨어나 보니 5명의 이상한 노인들이 자기 온몸에 침을 꽂아놓고 있었고, 그 노인들은 상환에게 희귀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마루치가 될 것을 제의한다.
이상한 사람들이라 생각한 상환은 도망가다시피 자리를 빠져나오지만 거기서 만난 의진에게 마음이 혹하기도 했고, 장풍을 배우고 싶단 생각으로 다시 칠선들을 찾아가 제안을 받아들여 무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대체로 화려한 액션과 잘 짜인 코미디가 잘 어우러진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다. 류승범의 체술과 정두홍의 스턴트맨을 방불케 하는 연기가 당시 유치하단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액션 영화로서는 지금도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한 격렬한 격투액션 장면들이 일품이다.
상환과 흑운의 맨손 격투 장면은 중국 영화에서 흔히 보던 딱딱 합을 맞춰 싸우는 그것과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여실이 보여주고, 서로 맞붙는 액션은 훌륭했지만, 기술적 한계인지 일부 장면에서 사용된 와이어 액션은 배우들이 흔들리며, 어색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당시 현대를 배경으로 시크하게 무협을 찍고, 자연스럽게 연출 안에 녹아들어 가 있다 보니 주성치 영화라면 모를까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 많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작품에 대해 현실성이니 작품성이니 따질 필요가 없다. 류승완 감독의 의도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 보는 이에게 잠시 생활에서 벗어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의도로 제작했다면 성공한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계산된 오락적 요소를 잘 갖추고 있고, 당시 화려한 CG와 와이어 액션이 눈을 만족시키기 충분했으며, 코믹한 요소는 보는 이에게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만약 이 영화가 진지한 액션 영화였다면 과연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도시에서의 무협이란 타이틀로 당시 홍보를 했는데, 제대로 된 도시 무협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도시의 이미지는 화려하지만, 영화 속 펼쳐지는 액션은 도시 속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부분은 없었다. 빌딩을 가로지르며, 도로에서 장풍을 쏘는 액션을 기대했지만 만나볼 수 없었다.
무협이란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도 눈으로 즐기기에는 부족함 없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나쁘지 않고,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다만 영화에서 감동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는다면, 그런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이기에 누구에게라도 추천을 해줄 수 있는 영화이다.
※ 극 중 나오는 마루치와 아라치는 한국 만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서 가져온 것이고, 아라한은 성자를 뜻하는 아라한에서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