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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꿈 사이 그 어딘가.

영화 [춘몽] 리뷰

by 권씀

춘몽은 재미있는 소재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감독들이 주연 배우로 활약한다는 것과 배경음악이 없는 것 그리고 거의 모든 영화의 색이 흑백이라는 점이다.

'춘몽'이라는 단어는, 몽환적인 것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찰나'처럼 짧은 시간으로도 이어진다. 몽환적이며 시간적인 이미지와 연상되는 단어이기에, '그리움'의 정서와도 이어진다. 영화는, 그리움의 요소들을 다분히 반영하고 있다.


주된 배경은 작은 술집 '고향 주막'이다. 주막을 운영하는 예리와 그녀를 둘러싼 세 명의 개성 강한 남자들은 이 곳이 아지트이자 주된 활동 구역이다. '고향 주막', 술집 이름부터 향수의 색이 짙게 배어있다. 그리고 예리를 둘러싼 세 명의 남자들 역시 예스러운 동시에 아련한 아픔을 지니고 있다.

탈북자 정범은 눈이 슬퍼보인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는다. 그 뿐만 아니라,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다. 종빈의 발작은 예측불가능하다. 건달스러운 익준은 해파리형과 엮이지 않기 위해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예리는 식물인간인 아버지 간병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아픔과 결핍은,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의 모습도 연상케 만든다. 아픔을 이어온 네 명의 남녀는 영화의 색 만큼이나 암울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즐거움이 있다. 꽤나 잘 어울리는 네 명은, 아무것도 아닌 듯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웃는다. 그리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예리를 향한 남자들의 응큼한 마음들도 관객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줄곧 그리움을 안고 있다. 그리움을 안은 것은, 실제로 감독인 세 명의 주연배우들이 자신의 영화들 속 캐릭터들을 되새기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에 의해 표현된다. 세 명의 남자는, 물론 영화 속에서도 자연스럽지만, 그들 영화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스크린 외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손에 잡히지도, 한걸음에 달려갈 수도 없는 머니먼 꿈 같은 것이 되어버린 과거. 이 그리움은 한낱 꿈이 되어버렸다. 예리가 공기를 가르며 추는 춤, 실제로는 들리지 않을 예리 아버지의 목소리 등은 풍경을 스치는 것들이다. 스친 후엔 믿기 힘든 것들, 지나고 나면 존재하지 않을 것들. 우리는 '춘몽'이라는 단어와 그것들을 결부시킬 수 있다.

장률 감독의 영화들이 늘 그래왔듯, 춘몽에서도 캐릭터들의 대사에 몰입하게 된다. 색이 빠져버려서인지, 사운드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춘몽' 같은 건 무엇이 있을까? 나의 고향, 지나간 시간들, 지나간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그리움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영화. 확실히 매력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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