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숲길

by 권씀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이끼 위로

자갈들이 질서 없이 놓여있는 숲길


나무들이 한껏 기지개를 켠 그 사이에

문명의 이기라는 건 어쩐지 어울리지가 않아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들고 맨발로 거닐어본다


자박 자박 찰박 찰박

볕 아래 마른땅 사이 곱게 덮인 이끼 위

어쩌면 질서라는 건 그저 인간의 편의일지도 모르지


그들은 그저 섭리대로 살아가는데

그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끝없이 존재를 확인코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려나


비 소식이 소나기처럼 드문 드문 들리는 그런 날에

볕 아래 쌕쌕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숲길을 거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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