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이끼 위로
자갈들이 질서 없이 놓여있는 숲길
나무들이 한껏 기지개를 켠 그 사이에
문명의 이기라는 건 어쩐지 어울리지가 않아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들고 맨발로 거닐어본다
자박 자박 찰박 찰박
볕 아래 마른땅 사이 곱게 덮인 이끼 위
어쩌면 질서라는 건 그저 인간의 편의일지도 모르지
그들은 그저 섭리대로 살아가는데
그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끝없이 존재를 확인코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려나
비 소식이 소나기처럼 드문 드문 들리는 그런 날에
볕 아래 쌕쌕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숲길을 거닐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