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리뷰
"신을 죽이는 자, 신이 상대한다!"
슈퍼 히어로 시절이여, 안녕!
이너피스를 위해 자아 찾기 여정을 떠난 천둥의 신 '토르'
그러나, 우주의 모든 신들을 몰살하려는 신 도살자 '고르'의 등장으로
'토르'의 안식년 계획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토르'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킹 발키리', '코르그', 그리고 전 여자친구 '제인'과 재회하게 되는데,
그녀가 묠니르를 휘두르는 '마이티 토르'가 되어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이제, 팀 토르는 '고르'의 복수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고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전 우주적 스케일의 모험을 시작하는데...
7월, 우주 최고의 ‘갓’ 매치가 시작된다!
- 시놉시스 발췌 -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천둥의 신이자 어벤저스 멤버인 토르의 네 번째 솔로 무비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메가폰을 잡아 개봉 전부터 그의 연출에 큰 기대감을 가진 관객들이 많았다. 그간의 마블 캐릭터들의 솔로 무비가 그랬듯 <토르: 러브 앤 썬더>또한 반가운 인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토르의 전 여자 친구 제인의 재등장과 더불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리더 스타로드, 네뷸라, 맨티스, 드랙스, 로켓, 그루트까지. 여기에 크리스찬 베일이 고르 역에 캐스팅되었고, 염소 투스그라인더와 투스나셔와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등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토르(크리스 햄스워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과 우주로 떠난다. 자기 내면의 평화를 위한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그는 우주의 모든 신을 없애려는 신 도살자 고르(크리스찬 베일)의 등장으로 그에 대항하기 위해 팀 토르를 결성한다.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킹 발키리(테사 톰슨),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에 이어 묠니르를 휘두르는 마이티 토르가 되어 나타난 전 여자 친구 제인(나탈리 포트만)과 힘을 합친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비주얼, 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처럼 찰떡같은 음악, 한층 더 강력해진 B급 개그 등으로 무장했다. 지난해와 올해 개봉했던 <블랙위도우>, <샹치>, <이터널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다소 밋밋하거나 어두웠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는 코르그 역으로 출연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개그 센스도 한몫을 한다. 다만 그 개그 센스가 과하게 몰아쳐서 관객들의 집중도를 흐리는 게 큰 흠이 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웃기려고 작정하기보단 툭 내뱉는 듯한 자연스러운 개그 포인트가 존재했던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가 생각나는 지점이 여러번 존재했다.
하지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걸까.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우선 엔드게임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합류한 토르를 뉴 아스가르드로 소환해야 하고, <토르: 다크 월드>에서 퇴장한 떠난 제인 포스터를 불러내 지난 시간 동안 쌓이고 묵힌 이야기를 나열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악당 고르를 소개해야 하고, 다음 영화로 이어지는 떡밥을 만드는 것까지도. 여기에 토르의 체중 감량까지도 책임져야 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빛을 발했던 특유의 유머 감각을 버무려 이번 영화를 완성했지만 되려 속도감은 균일하지 않아 집중도가 떨어졌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다뤄야 했기 때문일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어쩔 수 없이 <토르:라그나로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연출, 전작에 이어 연출을 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고, 오랜 시간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그리고 새로운 빌런의 등장 등이 충분히 기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의 흥행이 이 영화에겐 되려 독이 된 걸까. 호평을 받았던 연출과 적절한 삽입곡들은 그대로였지만 이야기는 그렇지 못했다. 물론 코믹스 팬들과 시네마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한편으로 다행인 건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임에도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거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마블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상영이 되면서부터,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낯선 캐릭터의 등장은 영화를 이해함에 있어 꽤 큰 장벽을 세워왔다. 당장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만 보더라도 완다의 행위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오랜 마블 팬들에게는 익숙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낯선 캐릭터들의 대거 진입으로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 큰 어려움을 안겼다. 이런 부분에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그런 불편함은 없었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이제 막 개봉했고 이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등 두 편의 영화와 <미즈 마블>, <쉬헐크>, <문 나이트> 등 세 편의 드라마, 애니메이션 <아이 엠 그루트> 그리고 TV 스페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이 공개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이 포함된 페이즈 1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되는 페이즈 4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캐릭터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마블 영화는 오락성과 캐릭터의 일관성 그리고 각 영화들의 연결에 있어서 관객들에게 큰 무리를 주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마블 덕후들을 양성할 정도로 각 캐릭터에 대한 열혈팬들도 존재했고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음에도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처럼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종합 선물세트 같았던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고는 세계관의 확장과 적응하기도 전에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들로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마블이 캐릭터 등장에 있어서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화려한 볼거리와 인물의 매력이 장점인 영화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러닝 타임을 견디기엔 한계가 존재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4를 두고 호불호가 엇갈리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느낌도 드는 영화이다. 몇 년 전부터 들었던 생각은 "마블은 어린 시절 본 드래곤볼과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다. 두 작품 모두 코믹스 원작을 바탕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와 캐릭터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관의 급작스런 확장, 두세 편의 이야기를 놓치면 "이 캐릭터는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얘는 언제부터 이 정도까지 성장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이야기 전개, 인물들의 밸런스 붕괴 등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흡사하다. 의리로 드래곤볼을 보는 사람들조차 외면하는 지금 시점에서 마블 스튜디오도 고정 팬층만 믿고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