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회사 분투기

본의아니게 프로이직러가 된다.

by 권씀

밥벌이의 어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염병의 대유행이 아니어도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있어왔으며, 취업문을 뚫어야 하는 과정 또한 존재해왔다. 나 역시 열 손가락에 꽉 찰 만큼의 회사를 옮겼고 현재도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살다 보면, 일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부상을 입고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나의 경우엔 지난 3월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아 재활 중에 있고, 그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무급 휴직 권고를 받았다. 재활은 꽤 긴 시간의 회복을 요하는 터라 아무리 열심히 재활 운동을 한다 하여도 사람 마음만큼 빨리 회복되긴 어렵다. 특히 인대 수술의 경우엔 그 시간이 더 긴 편이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즉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과 일반 계약직의 경우엔 대처가 사실 어려운 편이다. 사측에서 판단을 하여 피고용자에게 계약 해지를 요하는 경우도 있고, 휴직 권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계약직에게 무급 휴직을 권고하는 건 사실상 사직(퇴사) 권고와 다름없는 말이기에 휴직의 개념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다고 해석이 된다. 물론 피고용자가 불복하는 경우엔 어영부영 계약 종료 시까지 불편한 동행을 하겠지만, 계약 종료 후에 재계약이 된다고 보장을 받지는 못한다. 아무리 공을 세우고 업무를 열심히 한다한들 사측의 의지가 없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보다 못해진다고나 할까.

책임을 지기 어려운 세상이다. 개인의 부상, 질병으로 인해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개인이 속한 팀, 회사는 그 책임을 지기 다소 껄끄러워한다. 개인 사업체여도 대기업이어도 말이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기 어려워하는 건 추후 발생할 혹시 모를 사고를 염려하는 것이리라.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부분이긴 하여도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말 한마디에 감정적으로 동요할 수 밖에 없다. 무척 얄밉기도 하고 말이다.


업무 전환(혹은 보직 변경)이란 것도 있지만, 나의 경우엔 불행히도 그게 이뤄지기가 어려웠고,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그 누군가에겐 큰 어려움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다친 후 수술을 한 것이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휴직 권고를 받은 뒤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눈치를 보며 출근을 하고 있다. 퇴근 후에도 복잡한 감정은 그대로 안고서 말이다.


입장 표명이라는 게 어려운 세상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개인과 단체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나에게 회사에 계속 근무할지 못할지 여부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라고 했고, 당연히 난 회사에 다니겠다는 입장 표명을 했음에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어디로 가든 어떤 일을 하든 그동안 해왔듯 해나가겠지만 그럼에도 막막해진다. 밥벌이의 어려움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여년만에 완성한 인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