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수상한 시절

by 권씀

별이 흐릿한 밤

온통 노랗고 빨갛게 익은 것들을 떨궈낸 나무는

가시관을 제 몸에 두르고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다

⠀⠀⠀⠀⠀⠀⠀⠀⠀⠀⠀⠀

그 옛날 나와 다른 것은 부정되고

하 수상하던 그 시절

⠀⠀⠀⠀⠀⠀⠀⠀⠀⠀⠀⠀

요셉의 아들은 제 몸에 십자가를 이고 지고

끝끝내 손등과 발등에 깊게 박힌 못을 제 것으로 여겼다

⠀⠀⠀⠀⠀⠀⠀⠀⠀⠀⠀⠀

가시면류관은 깊이 파고들어

땀줄기같은 핏줄기를 흘리던 그에게

예나 지금이나 그저 온통 하 수상한 시절이다

⠀⠀⠀⠀⠀⠀⠀⠀⠀⠀⠀⠀

혐오는 혐오를 낳아 증오를 남기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던 그 말들은

있는 자에게만 통하는 말이 되어

종국엔 하 수상한 시절이다


세월은 속도 모르고 무념히 흐르기만 하는데

곳곳 숨어있던 수상한 시절은 고개를 불쑥 내밀어

꼭 별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둔 밤과 같네


두손으로 어둔 밤의 멱살을 움켜쥐고 잡아당겨

눈이 부시도록 환한 대낮을 맞이할수만 있다면

그 누구 하나 잡아당기지 않을 이 있을까


그저 하 수상한 시절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