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밤이 있었지
짙은 밤과 몽롱한 시야 사이
받아낼 빛을 찾지 못한 달은 목을 놓아 울음을 토해내고
달의 울음이 고막을 미친 듯이 때리던 그런 밤
새하얀 눈은 하염없이 떨어지고
그 아래 시간조차 흐르지 못하고
한없이 멈춰있어야만 했던 그런 밤
그런 밤엔 두 손을 모아 눈을 받아내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져
그저 하염없이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기만 했네
철을 따라 날개를 펼치는 것들은 갈피를 잡지 못해
마냥 펼치고만 있던 날갯죽지를 접고선 가쁜 숨을 토해내었지
모든 것들이 숨소리를 낮추는 가운데 눈송이가 떨어진다면
그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마음을 흔들 만큼 큰 소리로 들렸을까
눈이 요란스레 쏟아지는 그런 밤이었다면
너를 와락 품에 안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밤의 유통기한은 얼마 정도였을까
새벽이 밝아오고 해가 뜨면 한순간 녹아 없어질 유통기한이었다면
그런 밤에 사랑을 했더라면
그 사랑은 무척이나 뜨거웠고 한편으론 아쉬웠을까
그러나 낮보다 밤의 유통기한이 길기만 한 계절에
우리의 사랑은 그보다 짧기만 해 되려 너를 향한 나의 마음엔 기한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