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결혼이 코앞이라 이것 저것 준비를 한 연휴였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부분을 내가 맡기로 해서 탑승 인원 파악, 주전부리 준비, 버스 회사 섭외 등을 마쳤고, 2주 뒤 결혼식 전날 연차를 내고 본가에 와서 포장할 것들을 챙길 계획이다. 예전에 답사를 가거나 회사 차원에서 연수를 가게 되면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먹을 것들을 챙기곤 했었는데 간만에 예전 생각이 좀 났다. 회사 행사도 모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신경 쓸 부분들이 없잖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집안 행사는 친척 어른들을 모시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좀더 부담감이 더한 느낌이다. 가시는 동안 필요한 건 없을지 불편한 부분이 발생되면 그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단 생각도 든다.
어린이날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영천 산소에 다녀오면서 친척 어른들께 인사를 드렸고, 오늘은 하루 종일 어머니와 함께 간식, 음료 준비를 했다. 나야 주말에 잠깐 본가로 와서 준비를 돕지만, 결혼 날짜가 잡힌 뒤부터는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가 신경을 쓸 부분이 많았어서 그 부분이 좀 마음에 걸렸다. 골똘히 생각을 한 끝에 내 셔츠랑 넥타이, 구두를 사는데 같이 보러 가자는 핑계로 백화점에 모시고 갔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어버이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두 분이 많이 걸어다니시기에 소소하게나마 신발을 냉큼 사드렸다. 마침 닥스 매장에서 괜찮은 신발들도 있어서 얼른 집어들고 억지로 드리다시피 사드렸다.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신냐는 부모님의 말에 괜히 심통이 나서 신발을 모시고 살 건 아니잖냐고 볼멘 소리를 하긴 했지만, 신발을 신고서 한참 좋아하시는 모습에 또 마음이 짠해졌다. 어떻게 보면 참 쉬운 일인데 바쁘단 핑계로 잘 챙겨드리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가족 행사든 특별한 날에 무언갈 준비하는 마음은 비슷하면서도 그 무게감이 다를 것이다.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님이 혼수품을 준비하는 것은 딸이나 아들이 어버이 날이나 부모님의 생신에 선물이나 생신상을 준비하는 마음과는 좀 다를 것이리라. 정확히 어떻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처럼 부모님이 자식을 생각하는 깊이는 그 끝을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본인들이 자식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지만, 자식의 돈은 그렇게 아깝다고 여기는 게 아마 대표적인 게 아닐까. 오늘의 일처럼 얼마 전 누나와 매형이 부모님께 무언갈 해드린다고 해도 극구 사양하시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받으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나는 그 마음의 깊이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여기는 걸 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깊이를 여러모로 생각할 계기들이 근래 있었다. 집의 일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생활 반경이 회사와도 밀접하기에 여러 관계들을 염두에 둬야 했고 그로 인해 좀 정신이 사나워서 주변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템플 스테이도 고려를 했었다. 지금은 따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애써 다른 일들을 찾아하면서 무시를 하고는 있지만, 바쁜 시기가 지나면 또 많은 생각들이 찾아올 것이다. 마음이 얕든 깊든 그대로 두면 될 일이지만 아직은 번뇌에 사로잡혀 있기에 늘 어려운 게 아닐까. 늘 답을 구하고자 하지만 늘 문제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바쁜 시기가 지나면 마음을 정돈할 수 있는 때가 오리라 생각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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