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하고도 보름 전에 치른 시험 결과가 며칠 전 나왔다. 합격선인 60점에 딱 1점 모자라는 59점. 이번에 시험을 친 게 세 번째니 이제 내년에 시험을 보러 가면 4수생이 된다. 주변에 여러 번 고배를 마신 분들도 계시기에 그리 마음이 착잡하거나 힘들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시험이라는 것을 치른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고생 많았다는 말을 내게 건넸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다른 때보다 열심히 준비는 했지만, 사실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쪽에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작년과 올해 시험을 앞두고 몸을 다쳐서 수술을 했었기에 어떻게든 시험을 치기라도 하자는 게 없잖아 있었고, 다른 분들 시험 준비를 챙기면서 정작 내 준비는 제대로 못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시험 준비를 더 신경 쓸걸!'이라는 약간의 후회는 좀 들긴 한다. 그래도 내가 시험 준비를 같이 한 세 분 중 두 분이나 합격을 했으니 또 그것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건 시험은 결과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니까 이번에도 내 노력과 실력이 부족한 것이리라.
살면서 수없이 시험을 치렀다. 초등학교 때 부터 학년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중, 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는 배치고사와 수능을 치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면접이라는 대면 시험을 치렀다. 온전히 혼자 준비하는 시험을 많이 쳤기에 특별히 프로젝트를 준비하거나 조별 과제를 하지 않는 이상은 딱히 다른 사람들과 시험을 칠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내겐 좀 특별한 경험이었다. 첫해에는 누군가 이끌어주었다면 두번째해부터는 내가 알려줄 것이 있었고 올해는 내가 이끌어서 시험을 준비했는데 내 것 준비하기에도 벅차서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보람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합격했다면 더할 나위없었겠지만 시험 요령과 준비를 알려주며 같이 공부를 한 분들이 합격했기에 그것으로도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은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나와 같은 시험 과목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준비를 할 생각도 있고 말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제 많이 희미해졌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본 뒤 걸음마를 떼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리라. 첫 걸음을 떼면서 넘어지기도 했을테고 뜻대로 되지 않음에 떼를 썼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여러번 시도를 하면서 걸음을 떼는 것 뿐만 아니라 뜀박질도 자연스레 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수없이 시험을 치러 왔지만, 살면서 아직 겪어야 할 많은 관문들이 있고 그 관문 속 시험은 자연스레 포함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또 넘어질 수도 있고 단박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통과하기도 할 것이다. 내가 넘어진다면 넘어진 상황을 탓하기 보다 좀 더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내 실패를 통해 내가 버려야할 것들과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좋은 부분을 답습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