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본가를 다녀오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깐 들를 일이 있었다. 3일 연휴여서 그랬던 건지 발 디딜 틈 없이 휴게소 안팎으로 북적였고 화장실이라고 별 다를 건 없었다. 화장실 줄을 기다리던 중 화장실 입구 근처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돌아보니 기부 테이블과 기부 안내를 하시는 분이 계셨다.
어떤 건지 설명 하나 없이 다짜고짜 서명이라니. 원체 그런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이기에 '아니오.'라는 답 말곤 할 게 없었다. 영 내키지 않아 하는게 보인 건지 그제야 그분은 이게 어떤 걸 후원하는 거고 후원금액은 월 얼마 정도 든다는 설명과 서명만 해줘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차 '서명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물음을 던졌고, 그래 서명만 하는 거라면 하는 마음으로 펜을 집어드니 월 얼마정도 밖에 들지 않는데 후원 서명까지 해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건넸다. 그때부터 좀 피로감이 들어 '전 다른 곳도 후원하고 있어서요.'라는 대답을 하면서 이름만 쓰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이름을 쓰는 머리맡 위로 다시 들어오는 말. "월 얼마인데 그것도 안 되겠냐." 이쯤되면 기부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강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괜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런 말 하는 게 참 그런데 기부는 제가 하고픈 마음이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도 지금 다른 곳에 후원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왜 강요를 하세요?'이 말을 하고나자 그 분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보았고 괜히 연락이 올까 싶어 내가 서명했던 종이는 챙겨들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도심이나 번화가를 지나다보면 서명을 부탁하거나 기부 동참을 독려하는 분들을 보곤 한다. 개인 사정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희귀병에 걸려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사회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나도 예전에는 측은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들어서 앞뒤 사정 잴 생각 없이 내 주머니 사정 또한 생각하지 않고 손을 내밀곤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부터는 기부를 독려하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내민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진 것도 있었기에 그 중 투명하게 운영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제대로 도움을 주는 곳만 골라 후원을 하고 있다. 기왕 마음을 쓰는 것을 제대로 쓰고 싶은 것이다. 혹여 휴게소의 그 분이 본인의 소속을 밝히고 기부가 어떻게 이뤄진다고 이야기를 했어도 나는 고민을 했을 테지만, 번화가에서 기부를 독려하는 분들처럼 강요에 가까운 형태로 기부를 요구하는 방식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