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하나를 보았어
엉긴 흙 속에서 더듬이처럼 솟아나온 못이었지
새파랗게 꼿꼿했던 허리는
무지몽매한 망치질과 담금질에 방향을 잃은 채
흙갈색 빛으로 한껏 구부러졌네
튀어나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의 잣대에 부딪혀
결국 부적응의 존재로 땅 속 깊이 파묻혀버렸지
그런데 그거 알까
세상은 마냥 잣대를 높게 세우고 틀 안에 가두려 하지만
튀어나온 못은 구부러질지언정 날카로움은 간직하고 있단 걸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흙더미 속에서도
아무런 마음 없이 내리치는 망치질 아래서도
못은 제 허리가 구부러졌지만 날카로운 시선은 놓질 않았지
못 하나를 보았어
유연함이라곤 없지만 한번 새긴 의지는 굽히지 않은 못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