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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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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May 10. 2024

못 하나를 보았어

엉긴 흙 속에서 더듬이처럼 솟아나온 못이었지 


새파랗게 꼿꼿했던 허리는 

무지몽매한 망치질과 담금질에 방향을 잃은 채 

흙갈색 빛으로 한껏 구부러졌네


튀어나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의 잣대에 부딪혀 

결국 부적응의 존재로 땅 속 깊이 파묻혀버렸지


그런데 그거 알까


세상은 마냥 잣대를 높게 세우고 틀 안에 가두려 하지만 

튀어나온 못은 구부러질지언정 날카로움은 간직하고 있단 걸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흙더미 속에서도 

아무런 마음 없이 내리치는 망치질 아래서도 

못은 제 허리가 구부러졌지만 날카로운 시선은 놓질 않았지


못 하나를 보았어 

유연함이라곤 없지만 한번 새긴 의지는 굽히지 않은 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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