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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May 31. 2024

그렇기에 우리의 낮과 밤은

...그렇기에 우리의 낮과 밤은 아득했다. 


담배를 꼬나물고 거리를 활보하던 밤이었다. 밤공기는 그리 편하지 않아서 괜한 기침을 내뱉고나서는 밤을 닮은 가디건을 걸치고 비적거리는 걸음으로 밤을 누볐다. 밤이란 건 쓰잘데기 없이 생각을 이어가게끔 하기에, 도무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는 있을 수 없었다. 직선적인 생각이 때론 모질다고 생각을 해도 돌아가는 생각보다는 되려 편했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득바득 올라가는 생각의 길은 쉴 틈 없이 벼랑 끝으로 떠미는 듯 해도, 종국엔 잡스런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일견 편한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그녀와 내가 단둘이 있는 시간 같은.


"그 개새끼는 아무데서나 오줌을 싸댔어." 그녀의 말. 그리고 침묵. "그래서 별로였어?" "아니, 그것도 괜찮았어. 그 자식의 습성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았어." 또 다시 침묵. 하얀 연기가 검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바람은 여지없이 쌩쌩. 술을 마신 뒤엔 왜이리 살갗이 아릴 정도로 추운 건지. "춥다. 얼른 들어가자." 모텔 주인은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 "302호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내어주는 싸구려 일회용품. 중년 남녀가 팔짱을 끼고 따라온다. 괜한 헛기침을 하고, 위로 올라가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갑갑하다. 공기가 어색할 수 있단 걸 새삼스레 깨달을 즈음. 띵! 3층입니다. 아. 가는 동선이 겹친다. 304호로 먼저 들어가는 그들. 302호에 카드키를 대고 들어간다. 


"푸우......" 침대 팔을 벌리고 누운 그녀는 풍선에 바람 빠지듯 긴 숨을 내뱉는다. "술 더 사올까?"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너무 밝아. 밤이 이렇게 밝네." 전체 조명을 끄고 간접 조명을 켠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옆에 눕는다. 새근 새근. 숨소리가 방을 채우고 머리 속은 비어있다. 침묵 뒤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바보." 


아득해지고 깊어진다. 낮처럼 밝았던 조명이 그대로였다면 공기는 어색하지 않았으려나. 쉬운 대화 없이 어려웠던 밤은 깊어지고 해가 높이 오르는 시간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뭐 먹을까." "아니, 난 별로 생각없어."그녀의 집 앞. 그녀를 들여보내고 담배를 피운다. 고양이는 느지막이 기지개를 켜고 지루한 하품을 한다. 고양이 따라 나도 하품을 내뱉다 이내 콜록댄다. 몽롱하리만큼 묘했던 밤이 지난 뒤 찾아온 지루한 낮. 


...그렇기에 우리의 낮과 밤은 아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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