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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un 10. 2024

기우제

하늘은 먹구름 가득 배앓이를 하는 것 마냥 찌푸려 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악기를 들고 당산으로 향한다


이봐, 괴기 어여 갖구 와

막걸리는 안즉 안 왔는가

광목천 어여 챙겨와

왼새끼는 잘 꼬았는가

어허이, 부정타게스리 저건 들여보내

왁자지껄 요란스러운 소리가 한차례 이어지다 멈춘다


이윽고 부포를 쓴 상쇠가 쇠를 두드린다

어깨짓을 보다 심호흡을 셋 둘 하나

징잽이 뒤로 북잽이와 장구잽이

그리고 소고잽이가 줄을 잇는다


개갱개갱 개르르르

둥둥 두둥 둥

덩따궁따 따따궁따

지잉 징


요란스레 울려퍼지는 악기 소리 사이

소고잽이는 자반뒤집기를 하며

빙 둘러선 이들의 박수를 이끌어낸다


천둥같이 쏟아지는 쇳소리에

북과 장구는 번개마냥 호응을 하고

징은 소리가 흩어지지 않게 잡아둔다


얼마나 지났을까

찌푸리고 있던 먹구름 사이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진다


악기 소리는 멈출 생각이 없다

빗방울이 대지를 온전히 적실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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