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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시선

매듭

by 권씀

그날 나는 한 줌의 실을 쥐고 있었다


끝도 없는 길목에서, 매듭을 짓고 또 풀며

바람은 무관심하게 지났다


이 실이 언제부터 내 손에 있었는지

어느 날 나는 그것을 잊었다


저마다의 매듭

풀릴 리 없는 억지의 형식

이 생의 매듭은 고요한 신음 속에

손끝을 베며 자란다


풀고 싶지 않은 매듭도 있었다

어머니의 한숨처럼 낡은

침묵 속에서 쌓인 매듭들


그러나 풀어야만 했다

끝을 잇기 위해서는

모든 매듭이 지나야 하기에


밤이 오면 실은 더 무거워진다

실밥 끝마다 맺힌 별빛 같은 질문들

왜 끝은 끝이 되지 않는지

왜 모든 매듭은 다시 시작인지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묶는다

어디에도 닿지 않는 손끝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그리고 다시 매듭을 풀어낸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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