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한 마리가 코끼리를 괴롭힐 수 있단 걸 사람들은 모를 뿐이야. 덩치가 크다고 모든 일에 무덤덤할 수는 없지. 코끼리가 코를 한 번 휘두르면 사람들은 환호를 하곤 해. 무서움에 질려서 개미 한 마리가 깨물까 무서워서 기다란 코를 내두르는 코끼리를 사람들은 그저 듬직하게만 봐.
뒷덜미를 겨냥하는 총만 없을 뿐이야.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알게 모르게 움츠리게 해. 내리쬐는 햇볕,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과자 부스러기를 던지는 사람들은 온몸을 감싸지도 못한 채 민낯을 드러내야하는 코끼리에게 무자비할 뿐.
코끼리는 겁이 많아. 덩치만 컸지. 마음은 그만큼 크지 않아. 어쩌면 나와 당신은 코끼리일지도 몰라. 동물원 안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제 몸을 숨기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 코끼리처럼 그런 우리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