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황 일기
올해는 초반에 산불 이슈도 있었거니와 매년 여름이면 수해로 인한 피해가 늘상 있어왔기에 올해도 마찬가지로 현장 조사를 나갈 때면 산지 또는 외지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간략히 말하자면 긴급 사항에 대비한 모니터링. 이 기간과 신규 직원이 현장에 나가야 하는 시기와 맞물렸기에 기초 조사에 앞서 문화유산 주변에 위험요소 유무 확인이 선행됐다. 세군데 정도를 확인하고 그 다음 장소에 이동을 하니 진입로가 공사 관련으로 유실되어 있었고, 인근에 하천이 없어서 범람할 요소는 없었기에 이 곳은 제외하고 다른 장소로 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왜 못 가는 거죠?"
"진입로 유실이라 못 들어갑니다."
"두 다리가 있는데 왜 못 가나요?"
"네?"
"저는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 잠깐 내려서 저랑 확인해보시죠."
비가 오는 날인데다 진입로 하부에는 포크레인이 한참 돌 고르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공기관 마크를 달고 있지만 진입을 하려면 현장 책임자의 허락만으로는 무리가 따르는 상황. 무엇보다 무리해서 유실 구간을 지나다가 사고가 나면 오롯이 내 책임이 된다는 걸 여러번 이야기 해서야 그의 고개 끄덕임이 있었다. 나머지 일정을 진행한 뒤 이야기를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아까 어떤 걸 보고 갈 수 있겠다 싶으셨을까요?"
"저는 살아오기를 안 되면 되게 하자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저 정도는 건널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판단한 기준은 일단 유실 구간의 폭이 10m가 넘었고 깊이가 2~3m였어요. 거기에 낙석들에 급류가 있었구요. 저는 우려되는 게 선생님이 속한 팀의 팀장이 저인데, 매번 이렇게 설득이 필요할까 하는 겁니다. 다른 사회 경력은 선생님이 저보다 엄청 기시죠. 그런데 이쪽의 경력은 제가 그래도 10여년이 넘는데 제 판단이 그래도 저희 회사의 상황에 맞지 않을까요?"
"안전에 되게 유별나시네요."
"...네?"
"안전에 되게 유별나시다구요. 그렇게까지 유별나게 안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너무 놀라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됐다. 그러다 현장 안전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중대재해법, 이전 근무처에 있었던 사망 사례 등)를 들어 이야기를 했는데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져서 도저히 이 사람과 더 같은 공간에 있었다가는 안되겠단 생각이 들어 쉬는 시간 가지시라 이야기를 하고 자리에서 나왔다.
불과 입사한 지 보름 남짓 된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