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붙잡지 않는 쪽

by 권씀

해가 바다에 걸릴 때

빛은 낮은 음으로 가라앉고

해를 등진 것들은

짙은 체온 하나를 얻는다


솟구치는 몸 하나

물은 잠시 숨을 멈추고

고래의 등은

저녁의 무게를 들어 올린다


저만치서는

돛을 단 침묵이

붉은 물결 위를

천천히 식혀 가고


하늘엔

방향을 잃은 표시들이

빛의 잔향처럼

접혔다가 풀린다


나는 묻지 않는다

저 도약이 탈출인지

귀환인지


다만

물 위에 남은 그림자가

짠내와 함께 사라지는 걸 보며


오늘의 바다는

붙잡지 않는 쪽으로

해를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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