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말을 아끼고
눈은 아직 결심하지 못한 채
능선을 따라 남아 있다
하늘은 하루를 미루듯
옅은 회색으로 덮여 있고
바람만이 계절의 끝을 알고 있다
겹겹의 산등성이마다
지나간 발자국 대신
남지 못한 온기가 누워 있고
아래쪽 마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기를 올리지 않는다
이 풍경 앞에서
나는 묻지 않는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다만
머뭇거린 흔적들조차
산이 되어 견디는 법을
조용히 배운다
글장이가 아닌 글쟁이의 삶을 연모하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