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열리지 않은 시간의 체온

by 권씀

어린 꿈은 둥근 흐름에 실렸다
금속의 온도와 가까웠고
빛은 말없이 기울어져
나는 그 곡선을 오래 바라보았다

번진 잉크는 방향을 말하지 않았다
종이는 조금씩 접히며
끝을 알리는 듯
그러나 다 닳지 않은 선이 남았다

미래는 결로만 스쳐 지나갔고
초록은 들리지 않는 속도로 열렸다
손바닥의 온도는
열리지 않은 시간을 천천히 풀어냈다

필름은 푸르게 반사됐고
잊힌 자리마다 얇은 흔적이 눌렸다
먼 곳의 냄새가 소리처럼 번질 때
피부는 가장 먼저 반응했다

이름이 붙지 않은 날들이
흔들리다 멈추지 못하고
고리를 잇듯 어둠 속에 매달렸다

회전의 속도는 나중에야 들렸다
흑백의 틈새마다
남아 있는 온도가 낮게 떨렸고
되돌릴 수 없는 감김이
빛의 끝을 가늠하게 했다

토성의 띠는 조금씩 비틀렸고
중첩된 결이
오늘을 묵혀 더딘 이름을 만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