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비를 허락하지 않은 올해의 겨울은 바람마저 마른 소리를 낸다. 창을 조금만 열어도 공기가 먼저 들어와 목 안쪽을 훑고 지나가고, 괜한 기침을 몇 번 삼켜도 갈라진 숨은 좀처럼 붙지 않는다. 입술은 자주 트고 혀끝은 오래 삼킨 말처럼 거칠어진다. 물을 들이켜도 잠시뿐이다. 몸 안 어딘가에 남아 있던 물기가 금세 자리를 옮겨 달아난 것처럼 사라진다.
겨울 거리를 걷다 바람과 정면으로 마주 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유 없이 눈이 맵고 눈물이 고인다. 차가워서인지, 무엇을 들킨 듯해서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다만 몸이 스스로를 오므리는 순간이라는 건 알겠다. 더 잃지 않기 위해 표면을 당기고 틈을 줄이는 일. 갈라짐은 상처 같지만 어쩌면 버티기 위한 모양일지도 모른다.
길 한가운데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누군가 밟고 지나간 자리마다 얇은 소리가 남고, 그 소리는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문득 뜯어놓고 한동안 손대지 않은 비스켓이 떠오른다. 처음엔 부드러웠을 것이 공기 속에서 서서히 수분을 잃고, 손끝의 힘만으로도 쉽게 부서질 만큼 가벼워지는 과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면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속은 점점 바스러지기 쉬워진다.
겨울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닮아간다. 밖으로 드러나는 건 단단함이지만 안쪽에서는 오래 씹어야 넘어가는 것들이 늘어난다. 말을 줄이고 어깨를 세우고 걸음의 속도를 일정하게 맞추는 동안,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마른 공기 속에서 몸은 물기를 아끼는 법을 익히고, 마음은 함부로 젖지 않는 표정을 갖는다.
그래서 이 계절을 지나고 나면 무엇이 남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다만 갈라진 자리마다 바람이 드나들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조금은 다른 모양으로 단단해져 있을 것이라는 예감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