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잔해

by 권씀

깊은 밤

나는 적막의 가운데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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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었던 담배를 피워볼까 싶다가

안 마시던 술을 마셔볼까 싶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입 안에 맴도는 말들을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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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소화되지 않은 말들은

명치 가득히 걸려서

기어이 체하게 만들고

기어코 토하듯이 쏟아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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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

와르르

또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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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 담지 못할 말이라

입을 막기 급급하지만

와르르 쏟아진 말의 잔해는

공간의 틈에 가득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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