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밤
불 꺼진 거실로 나와 냉장고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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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안 불이 켜지고 냉기가 나를 맞이한다
속이 비어있는 나처럼 냉장고 속도 그리 차 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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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이리저리 휘저어
냉장고 문 구석에 박혀있던 소주 반 병을 꺼내
잔을 채운 뒤 입에 털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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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긋 두꺼비가 웃음을 보이는 듯하다가
이내 쓴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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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약주라며 종종 마시던 소주가
아직 나에게는 그저 쓰기만 한 술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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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고 저녁을 반주 삼아
TV 속 드라마를 벗 삼아
그렇게 아버지는 소주 반 병을 비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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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엿새를
소주 세 병과 함께 하면 주말이 찾아왔고
하루를 곯아떨어진 채로 잠에 빠져들면
다시 소주 세 병이 기다리는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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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에게
왜 이리 술을 마시냐며 타박을 하곤 했는데
같이 마시자고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술을 따르기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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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안주 하나 없이
아버지가 쓸쓸히 마시던 소주 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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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마시던 건 고독이었을까
내일을 버티게 하는 약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