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싼 값에 얼른 집어들었던 수박은
속이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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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좋아하는 엄마는
엉망인 수박을 숭덩숭덩 썰어놓구선
속에 부에가 나서 수박을 내팽겨쳐버렸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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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못 먹을 음식을 파느냐구
그렇게 따지고 따져서 결국엔 돈을 돌려받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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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이라는 걸 절절히 실감했던
무척이나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구서
오늘은 청과물점을 가선 이놈이다 싶은 걸 골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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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하게 살이 오른 수박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비록 팔이 떨어져나갈 것 같았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가벼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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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 무거운 놈을 어찌 들고 왔냐는 말 뒤에
활짝 웃음꽃 피어오른 엄마의 얼굴에
쨍하니 저리던 팔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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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인가봐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