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자리

by 권씀

볕에 잘 말린 가을을 주워다
책갈피 사이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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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수많은 낱말로
못다 채운 감정을
그렇게 밀어 넣고 보니
조금씩 비우려던 마음엔
당신이 쉴 자리 하나 없어
목을 놓아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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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는 건 쉬워도
비우는 건 어렵다던
그 누군가의 말이 문득 떠올라
책갈피로 손을 가져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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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버린 책갈피엔
가을빛이 물들어 있고
애써 비워낸 내 마음엔
당신 쉴 곳 하나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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