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을 짜내며

by 권씀

다 써가는 치약을 짜내고 또 짜내다

당신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치약 끄트머리부터 짜서 쓰면 안 되냐는 당신의 말


난 왜 그 말을 항상 흘려들어왔을까

하긴 그 말 뿐만 아니라 다른 말들도 마찬가지였다


매사 꼼꼼한 당신과는 달리

매사 덤벙대는 나였기에

항상 허벅지나 팔꿈치에 멍든 날 보고

당신은 늘 안절부절이었다


왜 몰랐을까

당신의 부재가 이렇게 클 줄 왜 몰랐을까


당신은 내게 어떤 사랑을 줬길래

난 아직까지도 당신의 그림자 속에서 허덕이고 있을까


치약을 짜내다 결국 눈물을 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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