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때에 맞게 성장하고 있을까 걱정하지 마

by 권씀

작은 꽃나무가 있었어. 얼마나 작던지 사람들은 그 꽃나무를 보고 애기나무라는 이름을 붙여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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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무는 그게 참 속상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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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간에 맞게 성장하고 있는 걸까?" 이 말을 곁에 머무르는 개미에게도 말을 하고 그늘 아래 있던 작은 꽃에게도 말을 했지. 사실 뿌리를 내린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이었어. 그리고 이 자리를 정하는 것도 참 힘이 들었어. 워낙에 신중한 녀석이었거든. 그렇게 겨우 잡은 땅에 뿌리를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저 그 꽃나무가 원래 작은 녀석이라 생각했어. 어쩌면 옆의 꽃나무들의 등쌀에 못이겨 저도 모르게 움츠려 들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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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나무는 열매를 맺을 수는 있는 걸까 걱정했어. 따사로이 내려오는 볕에 몸을 맡기면서도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조바심이 들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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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키 작은 아이 하나가 애기나무 곁에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그런 날이 있었어. 키 작은 아이는 애기나무가 자기의 키와 같다며 이런 말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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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우린 같이 크자. 어른들은 나보고 얼른 크라고 하는데, 난 나이만 먹은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아. 너도 나이테만 새긴 나무보다 조금 늦더라도 누구보다 멋진 나무가 되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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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아이는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매일 애기나무를 찾아와 꼭 안아 주었어. 그 손길에 애기나무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대. 키는 작지만 심장은 누구보다 힘차게 뛰던 아이의 따스한 품에 애기나무는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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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잊고 살고 있을지도 몰라. 누구나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것. 늦게 피는 꽃이 더욱 주목받는 것처럼, 같이 성장하지 않아도 같이 피어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우리의 때가 있으니. 우리는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런 존재가 되자. 그리고 따스한 손길로 보듬어주자. 우린 충분히 좋은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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