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찻잎의 시간을 머금는다

by 권씀

찻잎을 따다 햇살 아래 며칠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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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한창일 때는 참 야속하던 햇살이 찻잎을 말릴 때는 참 고맙고 정답다. 지나가는 소낙비에 평상에 둔 찻잎을 걷을까 싶다가, 햇살을 받는 것 만큼이나 비를 맞히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 그냥 그 자리에 두고서 해를 기다린다. 낮에는 햇살을 받고 밤에는 이슬을 머금으며 그렇게 며칠을 온전히 자연의 품에 둔 찻잎은 적당히 야위어 차를 우리기에 적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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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을 빻을 만한 것을 찾다 바닥이 야트막한 막사발과 뭉툭한 절굿공이를 손에 잡고서 가을 바람에 구름 흘러가듯이 천천히 찻잎을 빻는다. 서두를 건 없다. 여러 개의 계절과 햇살, 비, 구름, 땅을 머금은 찻잎이 온전히 제 몸을 드러낼 수 있도록 천천히 빻으면 되는 것이다. 느리다고 닥달할 이도 빨리 마시자고 채근할 이도 없으니 천천히 빻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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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빻아진 찻잎이 막사발 가득히 그 내음이 담기면 볕에 잘 말려둔 면보를 펼쳐다 차를 우린다. 꾹 짜낼 것도 없이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차를 우려내고 나면 그 찌꺼기는 오롯이 하얀 면보에 남는다. 잘 걸러진 차를 찻잔에 옮겨다 나무 아래 평상에서 천천히 마신다. 찻잎을 빻고 걸러내어 차를 만든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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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찻잎의 시간을 입에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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