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잡았던 네 손이 포근했는지 허전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 추운 날엔 강아지처럼 내 품에 폭 안기던 넌 눈이 무심히 내린 날엔 괜찮았을까. 아니면 눈이 내리는 바닷가를 서성이고 있을까. 오랜만이라는 수화기 너머 너의 목소리에 태연한 척 하려해도, 목소리엔 가면을 덧씌울 수 없어서 또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 훌쩍 어디론가 가고싶단 너의 말에 그래, 같이 떠나자는 이야기는 쉽게 꺼내기가 어렵더라. 발이 묶인 건 아닌데 마음이 아직 묶여있어서. 정 받을 곳은 없는데 정 줄 건 또 많아서 말이야. 한없이 다정해서 미안하다는 너의 말이 그대로 내겐 적용되는 걸까. 눈은 안 오는데 네 생각은 눈처럼 내려. 봄이 와야 녹을까. 아니면 먼 곳의 만년설처럼 내내 서성이고 머무르고 있을까. 또 밤이야. 낮은 어영부영 지나가는데 밤은 왜이리도 더딘 건지. 어려울 건 없는데 어렵다. 너와 나의 관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