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도시 위 고래

by 권씀

드디어 고래는 높이 뛰어올랐어. 바다 깊은 곳에 있어야 할 녀석이 왜 뛰어 올랐냐고? 그도 그럴 만했지.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사람들이 마구 버리는 것들이 쌓이던 참이었거든. 빙하가 녹는다는 이야기는 진작에 들었고 인간들이 만든 찌꺼기들은 작은 먹이 하나조차 먹기 어렵게 만들었어. 제 아무리 지구 상 가장 큰 동물이라 해도 못 견딜 만큼의 고통이었지. 덩치가 클수록 참아야 할 것들은 많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 했으니. 그래서 고래는 드디어 물을 박차 올라 도시 위로 향했어. 인간들이 진작에 달을 밟았다지만 그래도 가기 힘든 곳인 건 여전한데, 만약 쉽게 갈 수 있었더라면 달도 인간들이 버린 모든 것들의 저장공간으로 되었을까. 열이 잔뜩 오른 도시 위로 차가운 달이 뜨면 고래는 그곳을 향해 힘껏 유영을 해. 인간들의 발길이 조금은 덜 닿은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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