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SHEEP

by 권씀

머리에 뿔을 숨긴 양의 털이 빨리 자라는 시간


어른 아이는 얼굴이 간지러워 벅벅 긁어대며 고개를 푹 숙이는데

애어른은 엣헴 기침 몇차례 내뱉고 지팡이로 삿대질을 하네


허물어진 벽을 쌓아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벽돌 하나라도 얹어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걸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벽은 생각보다 튼튼하지


어른 아이야 벽을 허물어라

저깟 벽이 무어라고 고개 숙여 울고만 있니

열지 않고 부수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 않니

허물어 버리자 그래 허물어 버리자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들이 웅크리고 있는 곳으로

우리는 발걸음을 옮겨야하지 않겠니

그 가련한 것들이 있는 곳으로 말이야


밖은 여전히 겨울 같아서 춥고 어두운데

혀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라

저 벽을 허무는 수 밖에 없지 않겠니


뚱땅거리는 걸음으로 걷자

제대로 걸어도 무수히 쏟아지는 말에 휩싸이는 걸


고요히 죽어가는 색들에게 조의를 보내며

그렇게 우리는 뚱땅거리는 걸음으로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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