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인디언 기우제

by 권씀

긴 더위에 지쳐 혀를 길게 내문 개들은

그저 복날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제 주름을 드러낸 땅은 비를 오기를 기다리는데

어째 난 걱정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계속된다


비가 올 듯 말듯한 날에

두 손 모아 간절히 이 더위와 꿉꿉함이

썩 물러났으면 하고 비는데

그 뒤로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다


하기야 비 오는 날엔 짚신 장수가 걱정하고

비 긋고 해 활짝 뜬 날엔 우산 장수가 걱정하고

그 둘을 자식으로 둔 어머니는 매일 걱정한다니

이쯤 걱정이야 걱정도 아니다 싶다


걱정이 걱정의 옷자락을 쥐고 따라붙는다

인디언들은 그저 비 오는 날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데

나는 이 걱정 썩 물러나라는 기우제를 지내야 할까


오늘도 인디언 옷자락을 쥐고 기우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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