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진실의 불을 켜자

by 권씀

진실의 불을 켜자.


한 줌 빛으로 남아 있는 생의 들녘에 이젠 은은한 은빛 꽃을 심으며 초연한 자태로 걸어가야 할 시간. 어떤 미움이 싹틀 일이 있겠고 누구의 가슴을 향해 독설을 뿜을 일이 있겠지.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인생의 한 자락 끝이 아쉬워 뒤돌아보는 외진 길목인데 이젠 남은 생을 헤아리며 조금이라도 곱게 여미어야 할 고즈넉한 황혼. 내 영혼 아름답게 물들이며 사랑으로 승화시켜야 할 귀중한 시간.


우리들의 남은 성찬 앞에 진실의 불을 켜자.


어둠으로 칙칙한 가슴속으로 밝은 빛을 들어 보내려 하니, 온몸 비틀어 거부의 화살을 심장으로 내내 쏘고 있는 저물어 가는 가엾은 넋. 아물어가는 상처 위에 덧난 것은 또 다른 상처가 아닌 차가운 칼날의 들쑤심. 내 상처로 말미암아 누군가가 짊어진 짐을 덜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족한 일이겠지. 저마다의 정의라는 건 무의미하다가도 때론 날카롭게 파고드는 거라 지금은 묻어둬야 하는 것. 새벽이 밝아올 즈음에 진실의 촛불을 켜자. 진실과 진심의 줄다리기를 하며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재지 말고 촛불을 켜보자. 그릇된 것들은 촛불에 그슬려 삭아지지 않으려나.


우리들의 남은 생 앞에 진실의 불을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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