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잿빛 내음

by 권씀

타다 남은 것들에게선 잿빛 내음이 물씬 풍겼다


잘 타는 것도 복된 일이라며

티끌 한 줌 남을 때까지

불을 지피고 불쏘시개를 들이밀었다


미련이라면 미련일 테고

집념이라면 집념일 것이었다


그다지 내키지 않은 타오름은 끝내 한 톨 감정이 되어

말끔히 태워지지도 삭아지지도 않았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먹다 남은 밥상을 물리는 것처럼

지루하고 진득하게 몰려온다


구름은 채 타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아 잿빛 내음을 풍긴다

장마라는 건 이런 걸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