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남은 것들에게선 잿빛 내음이 물씬 풍겼다
잘 타는 것도 복된 일이라며
티끌 한 줌 남을 때까지
불을 지피고 불쏘시개를 들이밀었다
미련이라면 미련일 테고
집념이라면 집념일 것이었다
그다지 내키지 않은 타오름은 끝내 한 톨 감정이 되어
말끔히 태워지지도 삭아지지도 않았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먹다 남은 밥상을 물리는 것처럼
지루하고 진득하게 몰려온다
구름은 채 타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아 잿빛 내음을 풍긴다
장마라는 건 이런 걸까
글장이가 아닌 글쟁이의 삶을 연모하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