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a Ucini
사내는 우산을 펼쳐 들었다. 애써 막아보려 해도 힘든 것이었다. 도통 생각해봐도 적정량의 관심이란 건 그 조절이 힘들었다. 차라리 쏟아지는 게 빗줄기였다면 좋았으련만 우산을 내려 찍는 건 빛줄기였다. 툭. 툭. 무심한 듯 떨어지는 빛에 검은 우산의 살은 가련하게 휘청였다. 사내의 걸음도 덩달아 휘청였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
이 가로등 하나를 견디고 나면 몇 걸음 앞에 또 다른 가로등이 기다리고 있다. 휘청이는 걸음에 간신히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간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이 야속하다. 빛은 왜 이리 버거운 건지. 삶은 왜 이리 무거운 건지, 사내는 우산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빛줄기는 산산이 흩어져 땅으로 향한다. 빛은 사내에게 어둠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지만 사내는 검은 우산으로 자신의 어둠을 애써 지켜낸다. 그에게 타의에 의한 밝음은 굳이 필요치 않다.
⠀⠀⠀⠀⠀⠀⠀⠀⠀⠀⠀⠀
⠀⠀⠀⠀⠀⠀⠀⠀⠀⠀⠀⠀⠀⠀⠀⠀⠀⠀⠀⠀⠀⠀⠀⠀가로등이 깜빡인다.
⠀⠀⠀⠀⠀⠀⠀⠀⠀⠀⠀⠀
⠀⠀⠀⠀⠀⠀⠀⠀⠀⠀⠀⠀
⠀⠀⠀⠀⠀⠀⠀⠀⠀⠀⠀⠀사내의 걸음도 깜빡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