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긴 숨으로 같은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카페에서 실없는 농담을 나누다가 아주 가끔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를 한다. 대화를 나누다 앞날을 상상한다. 계절이 긴 숨으로 지상에 머무르는 것처럼 우리도 긴 숨으로 머무를 곳이 있을까 하는 그런 상상. 지상의 공간은 넓지만 한편으론 좁다. 좁은 틈새로 들어가려 발버둥을 치는 서로가 안쓰러워 괜한 농담으로 무거운 공기를 덜어낸다. 네 숨은 괜찮은지, 숨이 쉴만한 공간은 있는지 진부하고 흔한 염려를 한다.
근 한달 넘게 이어지는 더위를 피하려 선풍기 바람을 계속 쐰 탓일까. 다시 두통이 찾아온다. 늦은 비 소식에 천둥은 요란하게도 치는데 두통은 영 가실 생각을 않는다. 약을 삼키면 효과는 있을까. 습관성 두통에 약통은 텅텅 비어간다. 가루로 빻아 삼키면 되려 덜 먹을까. 주말의 한쪽은 천둥소리로 커튼을 치는데 다른 한쪽은 어떠려나. 한편에 밀어둔 이불을 다시 챙기고 생각 저편에 미뤄둔 생각을 다시 끄집어낸다.
약을 두어알 목 뒤로 넘기고 고개를 두어번 가로저은 뒤 다시 염려한다. 진부하고 흔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그런 염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