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는걸까? 두배가 되는걸까?

아빠의 추적

by 권두팔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 불행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불행도 나누면 행복처럼 두배가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의 불안을 이사람도 가져가는 거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당분간은 날 보면서 행복한 얘기를 할 수가 없을테니까..


아빠에게 말한 다음 날, 동생 집에서 눈을 떴다.

어제 너무 울어서 동생도 나도 형편없는 얼굴이었지만,

아침형 베이비인 조카의 모닝 알람 덕분에 강제 기상이었다.

사실, 잤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눈만 감으면 증거보전 신청으로 보게 된 장면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너희 둘이

호텔로 들어가던 모습.

나란히 앉아 마시던 와인.

마주 보고 먹던 양고기.

아, 진짜였구나. 이 기억력은 평생 나와 함께 다니겠지.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그 여자—상간녀—의 아버지를 찾으러 가자고 했다.

어디든 좋으니 수소문해서 일단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모든 일을 접고 다시 만난 아빠는 어제 한숨도 못 잔 얼굴이었다.

아빠는 차 안에서 내내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을까.


그 상간녀의 아버지가 일하고 있다는 안산으로 무작정 차를 몰았다.

아빠는 내가 그 아저씨한테 소리치고, 모욕당하고 한 장면을 지난밤 계속 상상하셨던거 같다.

그리고 전날 밤 전국구로 자기 친구들에게 사진을 돌렸던 것 같다.

자기 돈을 들고 튄 사람이라며, 잡는 데 좀 도와달라고.

안산 어딘가 현장에 있다는

소문 하나에 그냥 달려가고 있는 중이였다.

안산에 도착하기 전,

휴게소에서 긴 머리를 한 상간녀와 닮은 여자를 마주쳤다.

심장이 요동쳤다.

지금은 캐나다에 있는 여자라는 걸 알면서도,

비슷한 키와 머리만 보이면 정신이 아찔해졌다.

손이 떨렸고,

아빠는 나를 끌어안고 귀에 대고 또 다시 말했다.

“숨을 뱉어라.

다 뱉어라.”

가는 내내 내가 생각한 결혼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혼은 없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누가 잘못하든 죽을 때는 같이 묻히는 거라고,

힘들어도 끝까지 같이 가는 거라고. 걔가 바람을 핀 것 , 이것도 하나의 시험일지 모른다는

나만의 개똥 같은 생각.


같이 살기위해 포기한 나의 커리어, 회사를 괜히 그만둔 이야기,

이 상태로는

회사든 어디든 아무곳에도 다닐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 등등.

아빠는

다 괜찮다고 했다.

다 괜찮고,

아빠가 있다고.


결국 안산에서는 아무도 찾지 못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그 아저씨를 만났다면

지금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아빠가 말하는 불륜과 의리는 분명했다.


의리

서로를 속이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마음이고,

불륜

속일 수 있고

기만해도 된다

착각에서 시작되는 행동이다.


불륜은 외로워서, 실수로, 사랑이 식어서라고들 말하지만,

실제로 불륜이 깨뜨리는 건 사랑보다 먼저 의리다.

의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관계를 지키는 마음이다.

그래서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과는

처음부터 결이 다르다.

불륜

사랑이 남아 있어도 가능하지만,

의리

사랑이 식어도 지켜질 수 있다.

적어도 아빠가 아는 아빠와 나는 이렇게 믿는다.

사랑이 식는 건 견딜 수 있어도,
의리가 무너진 관계는 다시 쌓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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