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단 Jun 17. 2021

결핍은 열정을 이길 수 없다

나의 열정은 결핍이 낳은 결과물이다


누군가의 평범한 삶은 누군가에게 특별해 보일 때가 있다. 친구들의 평범한 가정을 가질 수 없기에 마냥 부러워만 했던 어린시절, 한 아버지와 두 어머니 그리고 열두명의 형제들이라는 불협화음의 가족 구성원, 이것이 마치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머물 수 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일부다처제 시대도 아닌데 두 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다. 그 옛날 정약결혼으로 첫 번째 아내(큰엄마)를 맞이해 일곱명의 딸을 낳았고, 군 제대 후 사랑의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두 번째 아내를 만났다. 나는 두 번째 아내의 첫 번째 딸이다. 내가 이런 아버지의 삶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던 나이는 30대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친엄마는 막걸리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아버지는 나와 내 동생(같은 배에서 태어난)들을 큰엄마가 키우도록 했다. 한참 엄마의 품이 필요했던 시기에 떨어져 살아야 했던 시간 동안 나는 엄마의 사랑 대신 불안감과 외로움을 안은 채 성장했다. 이로 인해 나를 연상할 때마다 낮은 자존감의 아이, 말수가 적은 아이,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 존재감 없는 아이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면서 결핍덩어리가 되어갔다.   

 

결핍은 나의 결혼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매일 반복된 남편과의 불통과 불안한 정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같은 15년 동안의 결혼생활은 그 자체로 지옥이었다. 남편과의 관계는 두 마리의 성난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고 상대를 찌르는 아픔을 줄 만큼 불편한 사이가 되었고, 이혼을 고민해야 할 만큼 힘든 고비를 지나왔다.        


어린시절 엄마와 떨어져 지냈던 시간은‘나는 결혼하면 내 아이들은 내 손으로 키울거야.’라는 다짐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런 나의 강한 모성애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그 시기에 나는 나와 연결된 많은 사람들을 원망하며 피해자가 된 것처럼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보냈다.      



이제 내 나이 사십대 중반을 지났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작가로 살기 위해 꿈을 꾸고 준비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시간은 결핍이 낳은 결과물이다.       


나의 평범하지 않은 성장과정은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곧 책으로 출간된다. 그와 함께 나와 같은 아픔을 품고 살아온 또는 그렇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과거의 결핍은 지금의 열정을 이길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