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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단 Jun 17. 2021

인생의 변수는 선택에 따라 다른 변화를 경험한다

 요즘도 틈틈히 ‘뇌종양 투병하는 사람들’ 카페를 들어간다. 몇 년전 잠시 머물며 내가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그곳에 있는 환우들에게 위로의 흔적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들른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정류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다 가는 주차장이 된다.      


2017년, 가을 끝자락에서 몸에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어지러움과 두통, 구토증상까지 세가지가 동시에 나타났다. 평소와는 다른 몸 상태를 감지하고 병원을 내원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나의 병명은 양성 뇌수막종이었다. 그 상황은 평범한 일상의 도로를 달려가던 나에게 브레이크를 밟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종양의 사이즈가 작아서 방사선 수술을 했다. 그날 이후 ‘뇌종양 중증질환 환자’로 등록되면서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을 달려가고 있다. 수술 이후 체력이 떨어지고, 일상에서 종종 두통이 찾아왔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어. 이 정도면 감사하면서 살아야 돼’라는 마음을 가졌다.      


건강에 어려움이 찾아오자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우울한 기분에 젖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자존감이 아래로 떨어져 갔다. 다시 일어서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찾아야 했다. 일년 반 이상 찾아 헤맨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발견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지, 그것은 책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은 재능인 것을 알게 됐지만 그때는 단지 좋아만했다.     



“권선생! 이 다음에 살아온 이야기, 책으로 한번 써봐.”

20대 직장생활에서 상사가 권해준 말이다. 그때는 ‘그래 봐야겠다’라고 가볍게 넘겼다. 그 말이 불현듯 떠올라 개인저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책쓰기는 현실로 옮겨졌고, 지금 준비중이다.      


책쓰기를 하면서 변화를 경험했다. 지난 과거 내안에 깊이 박혀있던 쓴뿌리들이 하나씩 건드려지면서 치유가 일어났다.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쓰고 또 썼다. 노트북의 글자들이 눈물 방울에 가려 흐릿하게 보이는 순간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원망의 주체가 눈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용서와 사랑의 대상으로 바꿔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뇌종양이라는 인생의 변수로 인해 묻힐 뻔한 꿈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치유와 용서를 경험했다.       

인생의 변수는 사용하기 나름이다. 어려움 앞에 좌절과 절망의 모드로 갈 것인지,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찾아볼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선택에 따라 우리는 다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당신은 인생의 변수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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