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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단 Jun 17. 2021

사람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나는 결국 상담사가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살아 온 삶을 공감해주는 것이 편안하고 좋았을 때가.   

  

어렴풋이 기억하기는 20대에 가까운 후배들의 선배가 되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던 그날 그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관심의 시작은 내가 자라온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시작된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성향을 가진 큰집 언니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보낸 세월 덕분에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색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하면서 좀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알아갔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이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사와 직장동료, 이들과는 서툰 관계로 힘들었고,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는 좋은 관계로 오랫동안 이어가는 방법을 습득하기에는 내가 가진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20대 후반, 배우자를 찾는 이벤트도 다녀보고,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남편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결혼예비학교도 다녔다. 관계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내가 상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결혼을 하고 나서였다.


결혼생활 동안 남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정상담센터를 다녔고, 부모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안정을 찾아주기 위해 아동심리센터를 다녔다. 한 기관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센터를 여러번 옮겨다니면서 상담을 받았다. 이런 시간을 근 5년 이상 보냈다. 하지만 딱히 문제가 해결되거나 그렇다할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해결하고 싶었다.     

 

최근에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있다. 에니어그램의 9가지 유형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 공부는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가족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고 있다.


나와 첫째 아들은 평화주의자 9번 유형이고, 남편과 둘째 딸은 사색가인 5번 유형이다. 각 유형별 특징과 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가족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제는 한차원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한 발짝 다가서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시작이 오늘 상담을 받은 친한 후배였다. 그녀는 내가 이사온 이후 5년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못한채 지내왔다가 몇주전에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쉬지않고 2시간 동안 전화로 풀어내는 것도 모자라 다음을 기약하고 온라인 줌으로 몇주전에 만났다.


오늘이 줌으로 만나는 두번째 날이었다. 그녀는 성취자 3유형에 해당됐다. 나는 그동안 내가 배운 다양한 자료를 함께 공유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는 그동안 자신의 행동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답을 찾은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제 작가의 삶을 사는 것과 동시에 내담자의 위치가 아닌 상담자의 위치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위로하는 한 사람도 되려고 한다. 인생에 물음표를 안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느낌표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의 인생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그날까지 돕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공부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물음표를 안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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