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뜨는 날

Chapter 1 _내가 나로 살아야 하는 이유#34

by 쌍둥이

브런치를 통해 <그때와 지금 그 사이>, 모든 주위 환경들 속에서 느껴왔던 (365일간의) 기록/생각들을,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전합니다.


#34

<물을 뜨는 날>




오늘 아침은 물을 떠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동네 마트는 정해진 리터수의

물통을 한번 구매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물을 담아주는 기계로,

하루에 한 번.

통을 채워서 가져갈 수 있다.


나는 이걸 라면 물이나, 녹차물로 끓여 먹고, 얼려먹고, 컵에 따라서, 그냥도 마신다.


편의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식수를 채우러,

신코이와의 역 앞 개찰구를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날 물통을 가져가지 않아서, 그 마트에서,

1리터짜리 녹차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또 눈을 돌려 물병을 보며, 내가 생각한 것은

이런 것의 대한 후회가 아니라.


어떠한, 깨달음처럼 느껴지는

기묘스러운 신기함이었다.



“오늘은 물을 사 먹은 날이다.”



물을 쉽게 사서, 나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매일. 이 물과 같은 것들로,

목을 축이는 동안에도

나와 내 친구들은 당연스럽게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 삶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이제는 정말 많아졌노라는,

아주 당연한 생각을 했다.


매일을 살아가는 동안,

이 삶이라는 것을_


우리가 과연 이렇게나

‘쉽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인가?’


일주일을 노력해도,

나는 여전하게,

돌아올 다음 주쯤에 아침이 걱정스럽다.



각자의 생명이라는 하나씩에 요람 안에서

세상의 있는 모든 크고 작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다가간다면.



나는 오늘,

이 삶을 어떻게 대해야만 하는가.

당연하게 얻어진 것처럼,

매일 느껴지는 나의 하루를.


자전거를 타고 수평으로 나 있는 길을 달리고,

잡화점에 들러서, 작은 간식거리를 집어든 순간이나.


물을 떠 온 날이나 혹은 떠 오지 못한 날들에도,

‘잘 사용했는가?’


내 마음 안에서, 내가 오늘을 잘 살아갔는지를

하루동안에도 나는 다시, 몇 번씩이나.


잘 죽어가고 있을지의 대한

의뭉의 마음들이 수 차례 떠올랐다가.


이제 어딘가로 서서히 사라지는 걸 느낀다.



우리 안의 남은 삶들이,

오늘도 옅게 희미해진다는 걸 느낀다.


나는 이런 것들이, 늘 몹시 두렵다.

우리의 마음 안에서, 이런 하루들이 당연하게

생겨났다가 알게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는 일 또한 그렇다.


‘두려울 것들이 삶의 이다지도 많다.‘

나는 오늘의 한 때를, 정말 쉽게 얻고 있는가?

물 한잔처럼 쉽게 여겨지는 것들로,

그대들과 나와 내 친구들의 삶들이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 또 한 번 나는 쉽게 잃어버릴 뻔했다.



목 아래로 내려가는 수분감을 느끼면서,

다시. ‘내일은 물을 뜨러 가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내일은 꼭, 물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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