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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사서 Mar 19. 2023

지금까지 착하게 산 상을 한꺼번에 받는 기분

어려서는 산타할아버지가 참 부지런히 다녀가시더니 점점 다녀가시지 않는 해가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 완전히 오지 않으셨다. 그러기를 몇십 년이 흐르고 산타할아버지가 적립식으로 선물을 주고 가신 것 같다. 바로 내 아이다. 결혼 계획도 아이를 낳을 계획도 없었던 내 인생이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사랑으로 아이를 낳았다. 피임을 하지 않으면 아이는 그냥 뚝딱 생기는 건 줄 알았건만 아이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난임 클리닉을 다녀야 하나 망설이던 와 중에 찾아와 준 아이가 바로 지금의 아이다. 


아이를 낳고 힘들었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고생이라기엔 서럽지 않은 고생, 태어나 가장 보람찬 고생이 아니었을까. 아이가 400일이 넘고 이제 걸음마도 시작하고 띄엄띄엄 단어로 소통하기 시작하니 순간순간 웃음이 난다.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기에 찍어놓은 사진과 영상은 고달픈 하루 끝을 온통 행복으로 물들인다. 


모든 순간을 함께하면 좋으련만 아이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소중하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를 다니고 있다. 태어나서 1년을 나와한 몸처럼 붙어 지내다가 떨어지자니 아이도 몸살 나도 몸살이다. 어린이집에 들어서자마자 터지는 울음과 울면서도 빠이빠이는 해주는 그 녀석의 친절함에 순간순간이 저릿하다. 세상이 좋아져서 키즈노트에 그 녀석의 하루가 사진으로 기록되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다정한 위로가 함께 올라오는데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이 참 더디게 간다. 밥은 잘 먹었는지 울지는 않았는지 온통 궁금한 엄마의 마음이 사르르륵 녹는 시간이다. 울다가도 잘 놀고 잘 놀다가도 우는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사진 속에서 만큼은 평온한 녀석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참 몽글몽글 해진다. 


아이를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껏 착하게 살아도 아무런 답이 없던 누군가가 참 부지런히 모아두었다가 나에게 상을 내려주었구나. 그게 산타할아버지든 신이든 조물주든 꼼꼼히 하나도 빼지 않고 가지고 있다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 순간이 이렇게 충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엄마에게 나는 그런 존재였을까. 아마도 이 세상 엄마들에게 아이는 모두 다 그런 존재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새삼 인간에 대한 존중이 저절로 마음속에서 피어난다. 세상에 모든 아이가 사랑받아 마땅하고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기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사람들 사이에게 치여서 인간에 대한 미움이 솟아나다가도 한편으로는 엄마의 마음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이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는 말을 할 때 코웃음 치던 나지만 그 말의 끝의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고 나 밖에 모르던 그런 나지만 엄마가 되고 나니 세상이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나의 아이를 낳은 것뿐인데 내 삶은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듯 바뀌었다. 


입버릇처럼 늘 아이에게 속삭인다.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엄마한테 온 가장 큰 선물. 엄마한테 가장 귀중한 보물. 엄마의 사랑과 행복. 행복하게 해 줄게.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해 줄게."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엄마만 연신 불러대는 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행복이 내 품 안에 있다는 것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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