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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1

by 호치담

주말이라 더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를 겨우 설득해서 출근한 아침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신문을 정리하고 또 다른 실에 신문을 가져다주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성 이용자 두 명이 내 뒤에 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가야 할 층의 버튼을 누르는데 누군가가 엉덩이를 툭툭 쳤다. 밀집된 상태도 아니었고 겨우 세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였기에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실수로 그랬겠거니 했다. 손에 물건이 많았다던지 급한 마음에 실수로 그랬겠거니 했다. 그래도 찝찝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또 자료실로 교대를 가서 책을 정리하려고 북트럭을 옮기던 중 또 누군가 엉덩이를 툭툭치고 지나갔다. 엘리베이터에서 겪었던 일과 너무나도 선명하게 비슷한 느낌에 놀라 뒤돌아보니 오전에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던 그 이용자가 있었다.


일단 내가 일을 하는 직장이고 공공도서관은 다중이용시설이니 괜한 소란을 일으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CCTV를 확인하고 고의성이 있는지 실수였는지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CTV를 확인하고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딱히 손에 짐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고, 굳이 내 뒤에 설 이유도 없었다. 또 자료실 안에서는 일부러 걸어오는 걸음을 맞춰 충분히 피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밀착하고 의도적으로 툭툭 건드리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리고 건드리고 나서는 내 주변을 맴돌며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15년 넘게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도서관에서 이용자에게 성추행을 당할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 일을 이용자가 아닌 내가 당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스스로 나는 강하다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었기에 신체 추행을 당한 것은 별거 아니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날은 실제로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을 하며 도서관 인근 지구대에 전화했다.


"제가 도서관에서 성추행을 당해서요. 저는 직원이고요. 2차례 정도 엉덩이를 툭툭 치는 추행을 당했습니다."

"아 그런데 왜 112에 바로 신고하지 않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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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사서이자 4살 짜리 딸과 43살 짜리 남편을 키우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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