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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2

by 호치담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이 마흔에 낯선 사람이 엉덩이를 두 번 툭툭치고 간 게 뭐 대수라고…' 유난이다 싶었다. 스스로에게 별일 아니다고 계속해서 되뇌었다. 친구들에게 말할 때도 '그냥 별일 아니었어 그런 미친 사람이 있더라니까?' 정도의 가벼운 가십처럼 떠들었다. 그렇게 떠들어 댔던 것은 내 나름 이 더러운 일을 배설해서 털어버리고 싶은 욕구이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대신 조금은 분노해줬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남편에게도 말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어쩌면 나름의 반응을 해줬을지 모르겠지만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나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분노해 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고 사그라들지 않고 수치심과 분노가 더해졌다. 또 불안감도 더 커졌다. 경찰에 신고 후 피해자 조사를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성범죄 관련 피해자가 되면 경찰서에서 상담가를 배정해 준다. 상담가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많이 힘드시죠? 지금 마음은 어떠세요?"

"처음에는 정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신고를 한 것도 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피의자가 이런 행동을 계속할까 봐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제가 이런 일을 겪고도 가만히 있으면 이런 일을 겪는 다른 사람들이 생길 거라는 생각에서 한 거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고 수치스럽고 자꾸 그날이 떠오르고, 나는 뭘 잘못한 거지? 내 옷차림에 문제가 있었나? 제 잘못을 떠올리게 되고요. 마음이 많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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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사서이자 4살 짜리 딸과 43살 짜리 남편을 키우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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