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풍선을 매달고 달리는 버스

감정의 교통수단

by 권다이
감정풍선.png


몇 석이 만석인지 모를 이 버스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나른다.


내가 자주 타는 버스에는 웃음을 띤 사람이 잘 안 보인다. 아니 다른 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나 또한 버스에서는 웃지 않는 것 같다.

만원에 가까운 시내버스 속의 사람들은 가슴부터 실로 이어져 창문에 고정돼 함께 거리를 달리는 감정풍선들에 각자의 속도로 바람을 채우며 옮겨진다.


이상해 보일까 웃음을 참는 사람도, 가까스로 울음을 참는 사람도, 잔잔한 파도 같이 평안한 감정을 가진 사람도, 윗통수가 뜨거울 정도로 억울하고 화난 마음을 가진 사람도 각자의 감정풍선을 채우고 있지만 그 크기만 다를 뿐 창밖 환한 미소를 띤 사람의 감정풍선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형태이다.



그렇게 버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풍선을 매달고 거리를 달린다.


갑작스럽게 끼어든 옆 차선의 승용차 때문에 급정거해버린 버스는 수많은 승객들의 풍선을 요동치게 했고, 몇몇은 기다렸다는 듯 실오라기만 남긴 채 저 뒤로 날아가버렸다.


덕분에 가까스로 눈물을 참고 있던 사람은 그 감정이 담긴 풍선을 더 이상 가지고 갈 수 없게 되었지만, 마치 아무것도 못 느꼈던 것처럼 순식간에 다른 감정을 받아들일 틈이 생겨 났다.

그 틈을 노리던 버스 안팎의 수많은 감정풍선들은 마치 진공으로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그에게 다가갔고, 경로에 가깝던 한 풍선이 기어코 창밖으로 홀홀히 흩날리던 실오라기에 얽혀 매어질 수 있었다.


사실 그 감정풍선의 실이 매여지기 이전 '짜증'이라는 제일 빠른 감정풍선이 이어질 뻔했지만, 짜증이라는 그 특유 찰나의 감정은 얽히지 못하고 금세 풀어져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렇게 그의 하루를 갉아먹던 눈물 맺힌 감정풍선은 더 이상 그를 괴롭힐 수 없게 되었고, 버스는 그렇게 사람들이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시켜 줄 뿐만 아니라 감정을 리프레시해 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급정거, 급출발처럼 짜증이라는 감정만이 우리의 감정풍선을 날려버리는 건 아니다.

탑승 시 승객들의 따뜻한 인사, 앞뒤 사람을 배려하는 승객들의 움직임, 승객이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하는 기사님의 배려는 버스에 매달린 우리들의 감정풍선을 날려 버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창밖을 쳐다보면 기분 전환이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버스란 떨쳐버리고 싶은 감정이 있을 때마다 종종 타줘야 하는 '감정의 교통수단'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고요를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