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운 도전

세상과 사람이 궁금해

by 권다이
KakaoTalk_20251220_132028075_02.jpg 출처: gaaardeeen 채널


그해 여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나 다운' 도전을 했던 때로 평생 기억될 것 같다.



어렵사리 원하던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방법을 몰랐다.

그러니까 논리적이지도 않고, 근원적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을 핑계 삼아 선택과 행동을 일삼았다.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는 무엇을 싫어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로 작은 숨결에도 쉽게 흔들리는 가녀린 촛불처럼 다른 사람들의 영향력에 의해 인생의 크고 작은 방향성들이 결정되었던 때였다.

하지만 가장 나 다운 도전은 촛불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거친 바람이 불 때 실행 되었다.



3학년 1학기를 끝내고 방학을 맞이하며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하루 종일 밤새도록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4평 남짓 자취방에 갇혀 고민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괴로워할 때마다 난 곧장 집을 나서서 걷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뇌 속의 모든 잡념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산책은 나를 살펴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중요한 도구였던 것 같다.

결국 2학기 시작을 단 1주일 앞둔 무렵, 스스로 휴학을 결정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1년간의 휴학 동안 그동안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접하기 위해 다양한 일들에 도전했다.


한강 요트장 업체에서 요트를 관리하고 손님을 상대하는 업무, 강남 한복판 유명 백화점에서의 도어맨 업무, 풀무원 냉장창고에서 식품을 분류하는 업무, 페스티벌 운영 스태프 업무, 명품 캐리어 수선 업무, 외국계 회사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업무 등 거창하게 말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나에겐 아주 생소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첫인상들, 그들의 말투와 행동을 살펴볼 때면 ‘어떻게 다들 이렇게 다를 수 있지?’ 싶었다. 신기했다.

나를 잘 챙겨주는 사람들부터,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낯선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어떻게든 좋은 양분이 되어 나를 성장시켰던 것 같다. 지나 보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도전의 목표였던 '내가 하고 싶은 일 찾기'는 결론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 실패!

실패라는 단어를 이렇게 쉽게 내뱉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실패를 통해 얻은 것도 있었다.

바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알게 된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 = 시간에 쫓기는 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뒷목이 당겨온다.

외국계 회사에서 물류를 담당하던 때이다. 배송 업무를 해주시는 분이 마지막 배송을 출발해야 했는데 퇴근 시간이 지나고 전달하는 ㄸㄹㅇ 영업팀의 물류 요청 건 때문이었다.


"아 몰라 해줘!" 를 매일 시전하고 있는 영업팀 때문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택배 기사님은 결국 나에게 욕설을 쏟아부으셨다.

일하며 처음 들어본 욕설이었는데, 그 수위와 양이 꽤나 셌다. 충격이 컸고, 현타도 크게 왔다.

내가 늦게 준 것도 아닌 상황이지만 내가 사과를 해야 했고, 그를 달래야만 했다.


아직도 그때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후로 시간에 쫓기는 업무는 나에게 지옥처럼 느껴졌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고, 부서장님은 나에게 월급 인상을 제안하면서까지 붙잡았지만 그만두었다.

그분도 내가 욕설을 들은 것 때문에 그만두는 것임을 알고 계셨다.

대학생인 나에겐 과분한 월급이었지만 그대로 회사를 나왔고, 더 이상 시간에 쫓기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웬걸, 세상 모든 일에는 납기가 있었다!

결국 지금은 적응을 해버렸고, 무뎌졌다.



KakaoTalk_20251220_132028075_04.jpg 기억에 남는 장면 출처: gaaardeeen 채널


세계지도에서 모나미 볼펜으로 탁 찍은 검은색 점보다 좁은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급체한 듯 엄청난 답답함을 느끼던 나는 원래도 여행을 좋아했지만, 위 경험들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부터 여행 자체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졌다.



과연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 문화, 교육관, 가치관 등이 완전히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과연 '나와는 어떻게 다르게 느끼고 반응할까?' 매우 궁금했다.

사실 이 궁금증은 7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아직 세상에 그리고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KakaoTalk_20251220_132028075.jpg 출처: gaaardeeen 채널



순례자의 길 중간중간 위치한 현지 카페에서 대낮에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로컬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그 감정 상태가 궁금하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것들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갈까?

나와는 어떠한 다른 고정관념들과 선택의 기준들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언젠가는 순례자의 길 영상 속 카페에 방문해서 꼭 질문해보고 싶다.



“저번 주말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셨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시나요?"
"본인에게 가장 가치 있는 건 무엇인가요?"

...



무척이나 개인적이고 쉽사리 예측 불가능한 것들이 궁금하다.



KakaoTalk_20251220_132028075_03.jpg 출처: gaaardeeen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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