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귀인, 그들에게는 시절인연

한 발자국 나아간 미래의 나를 믿는 것

by 권다이

귀인은 존재한다. 다만 제 발로 나에게 찾아오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래왔다.


독일 대학원을 준비하던 시절, 고작 학생 연구원 신분인 나에게 현지에 계신 지인을 연결시켜 주며 독일 대학원 생활에 대해 조언해 주신 김박사님. 대학원에서 취업으로 방향을 틀고 외롭게 취업 시장을 준비하던 나에게 자소서와 면접 준비를 도와주신 꿈의 기업 현직자님.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로 인해 퇴사 면담까지 신청했던 나에게 직무 전환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또 다른 현직자님. 직무를 바꾸고 교육도 없어 홀로 괴로워하던 나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지식을 나눠주신 이 부장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가장 중요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임상담사님.


이분들은 전부 내 귀인이다. 그분들의 도움 덕분에 나는 변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상담사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권다이님의 강점은 쑥 받아들이고, 고민하고, 그대로 실행해 본다는 것이에요.”


나도 간절했다.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나도 잘 보였고, 모순적인 부분들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기 때문에 그것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내고 결국은 나를 변하게 하고 싶었다. 성숙하고 성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 나섰고, 그 길에 우연히 그들이 보여 무모하지만 말을 걸어보고 성가시게 해 보았던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을 나 역시 그러려니 여기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을 움직이면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을 앞서간 누군가를 또는 그 길을 갈고닦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 누군가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외로이 걸어오는 '피(彼)시절인연'들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 또는 자신의 아쉬웠던 모습들을 괴로이 떠올리며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무리 예측해 보아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발아래 길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게 가능한 것일까? 아무 의미 없어 보여’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만으로 섣불리 발걸음을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고민하는 것을 앞서 경험한 귀인이 있다는 어쩌면 이 ‘가설’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앞으로 무작정 나아가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한 발자국 앞서간 미래의 나 자신을 믿어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는 이 역경을 분명히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 역시 해냈듯이.


적어도 나에게는 그 발걸음들이 변화의 시작이었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들이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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