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사라진 27채의 건물주들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왔다.
우리 집은 여전히
고풍스러운 장롱과 익살스러운 헹거,
그리고 다소 붉은빛을 띤 식탁 조명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오른쪽 냉장고 문을 열어
물통을 집고는 그대로 들이켰다.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입 속으로 떨어지는 물은
여전히 내 속을 채워주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머니가 안 보였다.
아 참, 얼마 전부터 건물 청소를 해주는
관리인 일을 시작했다는 말이 기억났다.
‘몸이 성하지도 않으신데..’
더욱 힘들어지기 전에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존경스러우면서
나 자신이 또다시 싫어졌다.
띠-띠-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덜컥 문을 열고 들어오며
내가 일어났는지 물으셨다.
끼익 거리는 방문을 열고 나와 어머니를 보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드러낸 채
나에게 “일어났니?” 다시 물으셨다.
방금 잠에서 깼다고 말하고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는 “건물 주인이 갑자기 사라져서
일자리를 잃었다"라는 말을 하며
어제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핸드폰을 들고 검색을 해봤다.
"SXT 빌딩"
몇 년 전 보도된 여러 건의 뉴스가 있었다.
불법으로 돈을 벌던 건물주에 관한 얘기였다.
그리고 그 위
소유자가 사라진 건물 중 하나로 언급된
뉴스도 발견했다.
‘음.. 엄마가 일하던 건물 주인이 불법으로
돈을 벌던 사람이었구나
근데 그 건물 주인이 사라졌다고?
무슨 상황이지..’
잘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고개를 기웃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침대에 누운 채로
네이버 메인에 뜬 뉴스들을 보았다.
"(단독) 밤 사이 27채의 건물 소유주가 없어졌다"
"(이슈) 사라진 건물의 소유자는 전부 고인"
뉴스 제목 그대로였다.
밤 사이 소유자가 사라진 건물은 27채.
이전 소유자는 전부 밤 사이 사망.
이상했다.
죽은 사람의 건물이 사라졌다니.
문득 ‘어느 부자도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진짜 건물의 주인이 사라진다니.
‘이러면 고인이 된 분들의 모든 자산은
결국 전부 사라지는 건가..?
그러면 자산의 대물림은 없어질 수도 있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윙.. 윙..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서류 합격’ 연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