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라이더의 응원
언젠가 탄생해서 수많은 파도와 섞여 굽이쳐 오던 파랑이, 마침내 가을바람과 만나 나에게까지 닿게 되었다.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모를 시절, 무모히 꿈꿔왔던 것들이 있었다.
이를 테면 혼자 멀리 여행 가보기, 걸어서 여행해 보기와 같은 충동스러운 도전과 꿈들.
그중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도전은 ‘걸어서 춘천 가보기’였다.
실제로 곧 있을 연휴에 가보자 마음먹었고, 그 이유는 ‘유튜브에 잘 먹힐 것 같다’라는 이유였다. 이것 또한 충동의 냄새가 다분히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게 탄생한 파도가, 지금의 나에게 닿았다.
이전과 달리 '충동'을 위한 걸음이 아닌 그저 나에게 닿았기에 무심히 일어나 떠난 여행이었다.
한 달간 지속해 온 새로운 취미 '러닝'이 이 도전을 응원해 주는 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큰 생각 없이, 의미 없이, 충동 없이 그저 이전에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와서 별 생각과 주저 없이 떠나게 되었다.
왜 주저라는 말을 했을까? 아무래도 요즘 이슈화 되고 있는 ‘납치 사건들’ 때문이다.
겁을 먹었고, 혹시 몰라 맥가이버 칼을 챙겼다. 날 보호하기 위해.
새벽 5시 55분경, 그렇게 집 앞에서 나의 첫 도보여행은 시작되었다.
어두컴컴한 새벽, 처음 가보는 길은 나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그렇게 걷기를 1시간 되었을 무렵, 문득 이 여행의 목적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그저 지루하게 걷는 이유에 별 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름 의미 있는 고민이 시작되었고,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나를 알아보는 여행"
어떻게 걷는 것으로 나를 알아보지?라는 생각이 바로 이어졌지만, 금세 반박할 수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는 육체적인 것을 통해 느끼는 감각들에 의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내가 느낄(아직은 느끼지 못한) 어려움들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었다.
생각을 이어가며 계속 걸었다.
첫 번째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어두컴컴한 새벽, 큰 도로가 아닌 작은 샛길을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큰 트럭들이 오 다니는 좁은 길이었고, 멀리 터널도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려울만한 상황이 아닌데, 그때는 꽤 두렵게 느껴졌다.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다. 아무 일도 없이.
그렇게 걷기를 반복하였고, 어느새 서울을 벗어나 하남을 지나고 팔당까지 도착했다.
귀성길에 오른 수많은 차들보다 내가 빨랐다. 괜스레 뭐라도 되는 것 마냥 발걸음을 더 가벼이 걷게 되었다.
그렇게 팔당대교를 건너고, 다리 아래에서 첫 번째 캐러멜을 먹었다.
캐러멜을 많이 먹을 줄 알고 많이 챙겼는데, 먹고 나니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가는 맛이었다.
여행동안 총 5개 정도 먹은 것 같다.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내 옆을 떠나갔고, 약간은 부러웠다.
팔당 한강 산책로에는 꽤 많은 포토존들이 있었고, 나도 가끔은 사진을 찍었다.
돌이켜보니 별 의미가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렇게 자전거 도로가 끝나고 차도에 들어섰다.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자전거 도로가 다시 이어졌는데, 나는 네이버 지도가 안내해 주는 길로 내 의지나 판단 없이 관성대로 걸어갔다. 아주 큰 실수였다.
길을 나서기 전, 이름 모를 맛집 느낌의 빵가게에서 팥도너츠, 일반 도너츠 하나씩 샀다.
팥은 결국 못 먹었고, 일반 도너츠는 먹을만했다.
그렇게 시작된 고행길.
가다 보니 이상함을 느꼈다. 계속 차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왕복 1차선 도로 그리고 외곽 차선과 도로이탈 방지울타리 사이 겨우 걸을만하게 남겨진 좁은 땅을 걸었다.
가끔은 나무가 부딪힐 정도로 좁아 차선에 들어가는 일도 허다했다.
트럭도 다니는 길이라 온몸이 긴장되고 두려웠다.
문득 왼쪽 위를 쳐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가는 라이더들이 보였다. 아까 횡단보도를 건너면 아마도 저 길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도앱을 맹신한 내 잘못이지만, 왜 이런 위험한 경로를 도보길로 안내해 주는지 네이버 지도앱도 많이 미웠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냥 걸었다.
걷다 보니 이젠 밟을 땅조차 없었다. 결국 차선을 밟으며 걸었고, 수많은 차들이 나를 배려해 떨어져 지나가주었다. 매우 감사했다.
물론 그들도 나를 치고 싶진 않았겠지만..
그렇게 지나가던 중 어떤 멋있는 오토바이 라이더분께서 사이드 미러를 통해 주먹 쥔 손을 흔들며 응원해 주셨다.
울컥했다.
도보 여행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주시고 말도 걸어주시던데, 나에겐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을 얻고 걷고 또 걸었다.
마침내 위험한 도로가 끝나고 시골 특유의 맛집 향이 물씬 나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걷다 보니 아름다운 연못의 연꽃들이 보였고, 작은 다리도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 파랑은 나에게 신선하고 기분 좋은 파도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